노방전도 이야기 (1)

교회개척을 준비하며 도서관이나 카페 등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교회에 대한 경험이나 생각을 묻곤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대화를 나눴던 많은 분들이 개신교회에 대해 몇 가지 공통적인 경험을 얘기해 주셨습니다. 교회의 권위적인 문화, 율법과 도덕 중심의 가르침, 정답이 이미 정해져서 토론이 되지 않는 일방적인 대화 등의 이유로 이제는 더 이상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고 많이들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예수님의 겸손과 사랑의 정신을 다른 종교나 불신자들의 모임에서 더 많이 경험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이 분들이 지금은 더 이상 교회를 다니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인 얘기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분명히 우리가 반성할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집 앞 자주 가는 카페에서 늘 마주치던 60대 후반 정도의 백인 여성과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필라델피아에 10년을 살았다고 하자, 본인도 랜캐스터의 아미쉬 마을 출신이라고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부모님은 청년 때에 아미쉬 마을을 떠났다가, 결혼하면서 다시 마을로 돌아가 이 여성을 포함한 다른 자녀들과 함께 성실하게 교회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어릴 때 교회생활이 어땠느냐는 물음에 '얼른 어른이 되어 집을 떠나고 교회를 떠나고 싶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래도 주일학교에서 재미있는 경험이 없었느냐고 묻자, '그것은 교회와 관계가 없는 단어 같은데'라며 웃었습니다. 성장기의 고민에 대해서는 불신앙이라고 훈계를 듣고, 늘 정해진 답과 율법적인 교훈만 돌아 와서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아미쉬 마을을 떠나 대학을 포코노 근처 Bethlehem 지역으로 갔는데, 거기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하며 오히려 자유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종교다원주의에 눈을 뜨고, 다양한 종교를 경험하면서 오히려 참사랑과 배려를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교회를 시작한다고 말하는 제게 '꼭 다양한 종교와 문화의 사람들을 만나 보세요'라고 이야기 하는 그녀의 미소엔 어쩐지 날이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가시 돋힌 태도가 아픈 것이 아니라, 그녀가 그간 경험해 온 성도들의 냉대와 무관심이 저를 더 아프게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교회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그 영혼의 닫힌 마음과 상처가 제 마음을 슬프게 했습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할게요- 라고 말하며 속으로 축복기도를 했습니다. 사실 이 여성분의 반응이 놀랍거나 특별하지 않았던 것이,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나눠 주었습니다. 

노방전도를 시작하며, 말을 하기 보다는 들으려고 했습니다. 가르치기 보다는, 정답이 여기에 있다고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상대방의 삶과 마음을 충분히 듣는 것이 첫번째 목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떠난 동네 전도여행의 길 위에, 목마른 사마리아 여인이, 메마르고 건조한 38년된 병자가, 냉대와 분노로 대놓고 예수를 공격하는 각종 귀신 들린 자들이 있었습니다. 교회 바깥으로 나오니, 집 나간 아버지의 둘째 아들들이 도처에 있었습니다. 예수와 함께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녀보니 모든 병든 자와 약한 자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하라 하시니라" (마 9:3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