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 처음 Rosslyn 예배당으로 이사 왔을 때 우리를 반겨 준 분들은 노숙인들이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오랜 기간 건물들을 사용하지 않아서였는지, 빈 주차장 곳곳에 노숙인분들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냄새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부끄럽게도 저의 첫 마음은 “냄새가 너무 심하다”, 그리고 “새벽기도나 저녁모임 때 자매들이 불안할텐데”였습니다.
그렇게 매일 출근 때마다 특별한 감정 없이 그분들을 지나쳤습니다. 그러던 어느 아침, ‘냄새가 심하네’ 하며 계단을 오르던 중 떠오른 풍경이 있었습니다. 성전 문에 앉아 구걸하던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성전 주변에는 도시의 가장 낮은 곳에 거주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종교인들에게 그들은 성전 주변 풍경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제자들은 달랐죠. 그들의 마음을 보셨고, 손도 내밀어 주셨습니다. 저도 이 분들을 도시의 풍경 중 하나로 어쩌면 그보다 더 불편한 마음으로 감정 없이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날부터 그 분들의 이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계단 밑에 내려가서 안부를 묻고, 따로 떨어져 식사를 하고 있는 분이 계시면 음료수를 사다 드렸습니다. 안전한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으며 몇 분과는 서로 웃으며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9월부터 온라인 남성큐티방이 시작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큐티방 형제들이 묵상과 적용으로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너무 도시인’들이었는데,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 지난 몇 주간 우리 각 사람의 마음을 준비하게 하신 것 같습니다. 급기야 한 형제의 제안으로 ‘노숙인분들을 초청한 만찬’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저는, 주님의 음성으로 알고 형제들을 따라 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3주년 예배를 앞둔 시점이라, VIP 게스트 초대하는 마음으로 “Home Project”를 준비했습니다.
매일 이분들을 찾아가 초대장을 전하며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숙인분들 중에도 베지테리안이 있어서 다양한 옵션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한 성도님께서 침낭을 여러 개 기증해 주셔서 필요를 파악하던 중, 한 노숙인분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나는 침낭이나 이불을 가지고 다니면서 노숙인이라는 것을 티내고 싶지 않아요. 외투를 구할 수 있으면 그걸 선호합니다.” 한 젊은 여성분은 “짙은색 침낭이 좋아요”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이해 못했는데, 빨래를 하기 어려워서라는 것을 곧 알 수 있었습니다. 늘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던 ‘모니카’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았는데, 주변분들이 얘기해 주길 “모니카는 20년만에 처음으로 집을 구해서 거리생활을 마감했어요”라고 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임신 7개월째인데, 쉘터에서 나와 거리를 다니던 여성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제가 도울 수 없는 일과 사람들이 도시 곳곳에 있었습니다. 추수할 일꾼을 구하라는 예수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3주년 감사 만찬은 행복했습니다. 이사간 성도님들이 5시간을 운전해서 찾아오시기도 했고, ‘어린성도’들도 케이크를 굽고 자기들의 캔디를 후식으로 나눠 주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무엇보다 참여하신 성도님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하나님께서 어떻게 인도해 가실지 모두들 기대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앞으로 목사님은 힘들어 지시겠지만” 이라고 웃으며 인사하네요. 전 저만 힘들어지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만 ㅎㅎ
정리를 마치고 주차장을 나서는데, 늘 주차장에 계시는 파울 아저씨가 인사하시네요. 오늘 너희 베스트였다고.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예측이 어렵지만, 제 기대대로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습니다. 항상.